그 조잡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귀가 꿈속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꿈 밖의 (더이상 거대한 귀가 아닌) 나로서는 기억해낼 재간이 없었다. - P75

아버지의 불륜이 들통나고 내가 그곳에 머물게 되었을 때, 어머나는 더이상 임시 거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이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 P80

아버지의 빈정거림이 무색하게 떡은 서서히 구워졌다. 잠시 후,
어머니는 찬기가 가신 떡을 내 입에 넣어주었다. 여전히 딱딱하긴했지만 나는 곡물의 고소한 맛을 느끼며 꼭꼭 씹어 넘겼다. 어느아버지도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떡을 다른 촛불 위에 굽기 시작했다. - P89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거기에머물러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 - P100

그해 여름, 나는 그렇게 틈만 나면 옥상으로 올라가서 불장난을했다. - P120

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았고, 앞으로의 삶에 항구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호들갑스럽게 기대했던 순간들이 그저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시실에 나는 어쩌면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 P128

나는 원고지를 덮었다. 선생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내 얼굴과 선생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누구도 가닿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그 세계는 터무니없이 치명적이고 통렬하면서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해서 내 마음속에 꼭꼭 새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른 후에 착각, 기만, 허상에불과하다는 판명이 날 것이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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