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삼 년 후에 증조할머니가 죽었다. 아이는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아이가 겪은 최초의 죽음이었다. 망자의 판자에 증조할머니의 이름이 새로이 적혔다. 그날 밤 아이는 잠들지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증조할머니의 증조할머니처럼, 증조할머니의 죽음 역시 착오였으며, 그래서 묘지에서 깨어나 집으로 되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일은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았으며,
거기서 입을 벌린 까마득한 심연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삶에는 가공할 만한 어둠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이는 그때 최초로 예감하게 되었다.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