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스템이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입시-공채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P19

뭐, 처음부터 이런 질문이나 알리바이들이 다 정돈된 형태로있지는 않았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몰랐다. ‘오줌을 너무 오래 참지 말자‘는 생각은 평소에도 늘 한다만. - P21

그런 의문이 든다면………… 사실 2015년까지 삼성직무적성검사는 응시자 기준으로는 한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시험이었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응시인원이 많은 시험은대학수학능력시험(59만 명)이고, 두 번째는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 시험(19만 명), 세 번째가 삼성직무적성검사(10만 명)였다. - P25

공채는 고도성장기 한국 기업에 딱 맞는 인재 선발 방식이었다. 일할 사람은 많이 필요했고, 어차피 그들에게 대단히 전문적인업무를 맡기지는 않을 터였다. 구직자들은 먼저 그룹 단위로 실시하는 공채 시험에 합격하고, 나중에 자신이 어느 계열사에서 어떤일을 하게 될지를 통보받았다. 내 아버지도 그랬다. - P31

어떻게 된 걸까? 한은형 작가와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잘못생각했다면 무엇을 잘못 생각한 걸까, 스스로의 스타일을? 아니면문학상의 성향을? - P39

한국 독자에게는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당위성을 줘야 먹혀요.
그 당위성을 위해 문학상이나 명사의 권위가 필요한 거고요. 학교에서 ‘꼭 읽어야 할 책‘ 같은 독서 목록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그런 식으로 책을 고르는 것 같아요." - P49

그렇게 뽑힌 작가들은 "등단 이후 단편 청탁이 1년에 한 건,
많아야 두 건이었다."라고, "문학상이라도 받지 않으면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라고 항변했다. 문학공모전이 아니면 원고를구할 수 없다고 울상인 출판사들 앞에서 젊은 작가들은 문학공모전이 아니면 책을 낼 수가 없다고 울고 있었던 셈이다. - P53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흔쾌히 응하겠다고 했다. - P62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경력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이행이라고 한다. 경력이 없으니 취업을 할 수 없고, 취업을 못하니경력을 쌓을 수 없는 상황을 자조하는 용어라고 한다. - P70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행본 출간 자체가 드물었고, 신인 작가의 한국 소설 출간은 당연히 없었다. 그나마 간신히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건 통속소설이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드물었던 시대라 책이 그 역할을 했다. 1968년 한국의 책 광고 문구들이 이랬다.
"러쉬아워에 전개되는 섹스의 이색 풍경", "파격적인 섹스의 넌픽숀! 이 풍요한 섹스 파티", "이 책 섹스 그림만 보고 있어도 내가 오...
늘 살고 있다는 것이 기뻐질 것"⋯⋯⋯⋯⋯.*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명함도 못 내민다. - P75

박 회장과 강 대표는 낙선자들, 또는 고만고만한 신인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사실 문학계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런생각을 한다. 평범한 작가들의 범작 백 권, 천 권을 한데 모았다고해서 그게 『햄릿』이나 『율리시스』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림 백 점, 천 점을 모았다고 해서 그게 「모나리자」나 「게르니카」보다 귀하다고 할 화가나미술평론가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엘리트주의자다. - P88

한국에서 신춘문예는 시행하자마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193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응모자 수는 5300명에 이르렀다.
이 제도가 그렇게 쉽고 빠르게, 확고하게 이 땅에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나는 그것이 과거제도의 전통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 P99

그런데 내 생각에 과거제도에는 그 두 가지보다 더 나쁜, 그리고 더 중요한, 세 번째 문제점이 있었다.
과거제도는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았다. - P101

나는 사표를 낸 뒤 부모님과 대판 싸우고 집에서 나와 고시원에서 살았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동아일보 공채에 합격할 때까지 반년 정도를 그렇게 보냈다.
소중한 경험을 한 시기였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으나, 결과가 좋지않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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