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죽은 사람이 남기는 것 아닌가요?"
전화기 너머에서 그가 대답했다.
"그렇죠." - P77

물론이고, 당시에도 나는 그녀의 그런 말들이 나를 어떻게 그토록 감동시켰는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왜 더욱 열렬히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대단한사람으로 여겼던 것이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여기고 있다고 내가믿게 만들어주었던 것이, 내가 정말로 그러해서가 아니라 오로지나에 대한 그녀의 애정으로 인한 왜곡된 시선 혹은 배려였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 시기에 그 말이 필요했고, 그녀가 그 말을 제공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 P59

"미안해."
그는 그 말을 하러 나왔다고 했다.
"뭐가요?"
"모르겠어. 어쨌든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아무것도 안 했어." - P39

"엉망이야."
나는 그 뜬금없는 말에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후 다시 말했다.
"망한 것 같아."
그녀는 잠시 후에 또 같은 말을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녀에게 그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 P145

"매일은 아냐.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있어."
"어떤 다른 이야기?" - P165

말하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가 단지 스커때문에 여기 붙들려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 P172

"네 엄마가 예전 같지 않아."
"엄마 말로는 아버지가 요즘 이상하다던데요?"
아버지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동안 소주잔만 비웠다. - P202

의미 없는 일이다. 이럴 땐 가르치는 자의 실패까지도 가르침이다. 성숙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배우면서 화자는 한 걸음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자신에게 미성숙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다고 믿는 사람만이 이 화자의 가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P220

‘더 인간적인 말‘이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소설 역시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 줄도 모르고 가르친 사람과 배우는 줄도 모르고 배운 사람이 있었다고, 그리고 이것은제가 아는 현실이 전부라고 생각한 어느 미숙한 연인이 한 인간의죽음을 통해 힘겹게 얻은 성숙의 기회라고 말이다. - P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