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한테 모욕감을 안긴 남자죠" 레너드의 답은이랬다. - P6
아니, 그런데 왜 더 자주 만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만보느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왜 세상의 더 많은부분을 함께 받아들이고 매일 서로 시시콜콜 잡담하며안락함을 찾지 않느냐고 말이다. 문제는 우리 둘 다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데 있다. 어떤상황에서든 우린 영원히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끼는인간들인 것이다. 상실, 실패, 패배를 그가 드러내든 내가드러내든 꼭 한 명은 그러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우리도좀 달라지고 싶지만 어찌됐건 우리가 느끼는 삶이란 게그러니까. 그리고 삶을 느끼는 방식은 결국 삶을 살아낸방식일 수밖에 없다. - P8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또 하루 레너드한테 전화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몇 번이고 손을 전화기로뻗으려다가도 그만두고 만다. 물론 레너드도 똑같은심정이겠지,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면, 행동이 되지 못한충동은 차곡차곡 쌓여 신경을 망가트리고, 망가진 신경은굳어져 권태가 된다. 복잡한 감정과 망가진 신경, 그리고마비된 의지까지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그제야 만나고싶은 마음이 다시 초조하게 올라오고 전화기를 향해 뻗는손은 마침내 동작을 완료한다. 레너드와 내가 서로를절친이라 생각하는 건 이런 주기가 일주일이면 돌아오기때문이다. - P10
나의 도시는 전혀 아니다. 나의 도시는 우울한영국인들-디킨스, 기상, 존슨, 이 중에서도 특히존슨의 도시로, 우린 누구 하나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이미 거기에 있다. 거기서 우리는 낯선 이의 눈에되비치는 자아를 찾아 이 사납고 기묘한 거리를 떠도는영원한 밑바닥 인생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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