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될 무렵에 영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영은은 그 전해부터 갑자기 생긴 중이염을 앓고 있었는데, 아주 어릴 적 수영 강습을 받느라 거의 매일 귀에 물이 들어가 중이염에 걸렸던 이후 이십여 년 만이라 좀 당황스럽고 성가셨다. - P153
아픈 것은 그런 일인 것 같았다. 평소의 나와 아주 많이 달라지는 일. 혼자가 되는 일. 평소에도 영은은 그렇게 생각해왔다. 다르다는 건 외로운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서로 모두 다른 건 어쩔수 없는 일이니까, 외로운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도 생각했다. 다만 달라도 괜찮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해도 외로운걸. - P157
서로 아픈 부분을 보여줘야만 친구가 된다는 것? 내가 너무 건강한 사람처럼 보일 때는 오히려 나를 조금 배척한다는 것? 아픈사람들이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아파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것같을 때? - P162
그럼에도 그만둘수는 없었다. 실은 적성 같은 건 없고 다만 그것이 천성인지도 몰랐다. 오지 않은 것들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 언제나 내가 기다리는 것들은 꼼짝없고, 멀기만 하네. - P165
늦은 오후의 볕은 체다치즈 같았다. - P174
자기 슬픔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 갈게요. 수술대 위에 누워 영은은 그렇게 생각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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