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키모를 만들다보면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조금 짐작된다. 내 간을 빼서 줄 수는 없으니 묵묵히 아귀 간이라도 손질할 수밖에. 사랑의 어쩔 수 없음은 그렇게 온다. 최상의 것을 해주고 싶으나 차선밖에는 주지 못할 때.
더 주지 못함을 미안해하는 애달픔에 세상의 모든 맛이 깃든다. - P124

소중한 것을 감추어 더욱 유일해지고 싶은 은밀과숨겨둔 것을 갈라 그 단면을 확인하려는 욕망이 교차한다. - P126

치장하는 동시에 감추고 싶기 때문이다. 빛나는 은빛돔을 열어보이듯, 한겹 감춰져 있던 포장을 풀어 안을 발견하는 기쁨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비프 웰링턴이 가진 미학의 팔할은 가림과 꾸밈에 있다. - P127

소중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 모습을 감추고 싶어지는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욕망이겠지. 뜻밖의 기쁨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은 즐거이스스로를 잠시 삭제한다. 부재를 선물하고 사라짐으로서 사랑받기 - P130

ㄴ수확한 바질을 깨끗하게 씻어 물을 털어낸 뒤 올리브오일, 잣, 마늘 몇알, 딱딱한 치즈 한조각을 믹서나 막자에넣고 갈면 예쁜 진초록의 페스토가 완성된다. 파스타에 버무리거나 스테이크의 소스로 써도 좋고, 빵에 잼 대신 얹어도 좋고 치즈와 토마토를 넣은 샐러드에 뿌리면 간편하게카프레제를 만들 수도 있다. - P141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큰일을 해낸 것이다. 이별은 그런 걸지도 모르지. 단호히 꽃대를 잘라내듯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하기. 그러고도 어쩔 수 없이 남아버린 잉여의 감정들을 모아 쥔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소스들이 그렇듯 페스토도 한순간이다.
가급적 만든 당일에 다 쓰거나 길어봤자 일주일. 가끔은 상해버려서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들이 있다. 뒤도 안돌아보지. 딱 한 시절 아름답기로 했던 사람처럼. 그래. 사시사철 영원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 마음이겠니.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