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후 며칠이 지나자 나는 자꾸만 그 다방에 다시가 보고 싶어졌다. - P29

침침한 조명에 익숙해진 후, 다시 한번 휘둘러보아도 아는 얼굴은 없다. 내가 제일 먼저 온 모양이다. 콤팩트를 꺼내 얼굴을 비춰 본다. 눈 화장이 암만해도 눈에 거슬린다.
눈을 크고 맑게 보이게 하기는커녕, 잘하면 곱살하게 보일수도 있을 눈가에 잔주름을 노추(老醜)로 만들어 강조하고있다. 눈가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몰라보게 늙어 있다. 연일의 겹친 피로 때문일까? - P41

매사를 이런 투로 그에게 장단을 맞춰야 했다. 난 그게서툴렀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어 젠장 서로 장단이 맞아야뭘 해 먹지 하는 투정을 자주 했다. - P47

"예뻐졌다, 얘."
"정말 몰라보게 예뻐졌어."
이십여 년 만에 만난 친구라면 우선 눈에 띄는 게 늙음일게다. 그런데도 그 대목은 살짝 건너뛰어 다만 예뻐졌다고한다. 그게 아마 서울식 인산가 보다. 나는 뭐라고 답례를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냥 나를 시골뜨기처럼 느낄 뿐이다. - P51

분명히 내 내부에는 유독 부끄러움에 과민한 병적인 감수성이 있어서 나는 늘 그 부분을 까진 피부를 보호하듯 조심조심 보호해야 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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