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 매일 다짐해야겠다. 쓰레기를 쓰겠어! - P31
어느 나라건 ‘헌정 역사상 최고의 여풍‘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정원의 1/3 정도를 최대의 여성 머릿수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로스쿨 제도 도입 전, 판사신규 임용을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했을 때는 신규 판사임용에서 여성 비율이 87.5%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커리어출발 시점의 똑똑한 젊은 여성들은 어디론가 쉽게 사라지고고위 임명직은 30%가 최선인 현실 속에서 ‘9명 중 9명‘은 여전히 먼 미래,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더욱 입 밖으로 내뱉어야 할 이상이다. - P64
검은색 카드키를 인식기에 대면 파란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묵직한 출입문이 열린다. 층고가 높고 통유리로 되어개방감이 드는 널찍한 공간 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한 채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조용히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좌석들 사이에 설치된 벽은 자기 자리를 엄격하게 구획하는 묵직한 파티션 대신 투명 아크릴 가림막이다. 여느 사무실의 라운지와 가장 다른 점은내내 음악이 흐른다는 것. - P75
일할 때의 거절은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선긋기다. ‘철벽을 친다‘라는 표현은 대개 사람을 묘사할 때 부정적으로사용되지만, 반대로 경계선이 아예 없는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은 아마 ‘호구‘일 것이다. 좋은 사람과 쉬운 사람은 다른데, 거절을 못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쉬운 사람이 되어있기가 쉽다. 그리고 쉬운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일 확률은 더 낮다. - P89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평생 세상 속에 머무르지못하고 떠돌던 아티스트가 온라인 공간에서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다. 생전에 누리지 못한 명예와 금전적 혜택은, 그 가상 공간의 아카이브를 만들어준 제3자의 몫이 된다. 다행스럽지만 쓸쓸하고, 찬란하지만 씁쓸하다. - P109
. 어떤 진실들은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발바닥으로 디뎌봐야만 알게 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그나라의 자연과 문화를 접하고 싶어서, 여행지에서 평소와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나를 보려고, 혹은 그저복잡한 일상을 잊고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잘여행하고 돌아올 때 일상을 잘 사는 역량이 늘어 있기도 한다. 돌아와 계속되는 삶에서 만나게 되는 돌발 상황, 내 머리밖의 진짜 현실을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적응력을 키우는 기회가 여행이기도 한 것이다. - P159
점점독립적이 되어가는 대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잊어갔다. 그 상태는 독립인 동시에 고립이기도했다. 엄마도 어쩌면 아픔 그 자체보다 자신의 아프고 약한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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