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지는 파도에 발을 씻으며 먼 곳을 버리기로 했다. 사람은 빛에 물들고 색에 멍들지. 너는 닿을 수 없는 섬을바라보는 사람처럼 미간을 좁히는구나. - P9
수평선은 누군가 쓰다 펼쳐둔 일기장 같아. 빛이 닿아뒷면의 글자들이 얼핏 비쳐 보이듯, 환한 꿈을 꺼내 밤을비추면 숨겨두었던 약속들이 흘러나와 낯선생이 문득 겹쳐온다고. - P9
어스름을 뒤집어 여명을 꺼내면 가라앉는 골짜기마다환한 어둠들이 차올랐다 그건 너무나 아름다워 깨어져야만 안심이 되는 유리잔 같았지 - P11
벽을 두드리면 남아 있던 밤이 뒤척였습니다 - P15
달은 실패했다. 구해줘. 추락하기 전에, 달은 잠시의 바다로 깊이 잠겨들었다. 끝까지 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익숙한 밤이 찾아온다. 오직 끝없이 가라앉는 너만이 차갑고 텅 빈 이 밤을 알아본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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