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슬아의 가슴속에 하나의 문장이 조용히 떠오른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슬아에게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진리 중 하나다.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계속 쓸 수 있겠는가. - P294
나오든 말든 소설이니까 상관없다고 웅이는 생각한다. 어떻게 등장하든 그것은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웅이에게 소설은거짓말 모음집 같은 것이다. 거짓말들을 모아 진실을 가리키는장르가 소설이니 말이다. - P302
슬아와 아이는 글을 마저 읽는다.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아가 아직 탐구중인 그일을 미래의 아이는 좀더 수월히 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앞자리에 앉은 남자아이가 하품을 하며 슬아에게 질문한다. - P307
작은 책 한 권이 가부장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무수한 저항 중 하나의 사례가 되면 좋겠습니다. 길고 뿌리깊은 역사의 흐름을 명랑하게 거스르는 인물들을 앞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 가족 이야기만큼이나가족으로부터 훌훌 해방되는 이야기 또한 꿈꾸고 있습니다. 사랑과 권력과 노동과 평등과 일상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을 듯합니다. 이 공부를 오래할 수 있도록 길고 긴 세월이 제게 허락되기를 소망합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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