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태우고 녀석이 불을 핥으려 한다 아직 칼을 핥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움이 심한 날엔 강변에 간다 두 시간쯤 녀석은 강을 핥다가 입이 헐어 내 곁에 가로눕는다 나는지친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개들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던데 탄광 속에서 너는 우리를 빛처럼 봤구나 단청을 그려도 이제는 저녁만 보겠네 개의 눈속에 강물은 반짝거리고 칼춤을 추는 마음을 알 것도 같고 그렇게 개와 나와 승들은 저마다 뭘 좀 잊어보려고 함부로 눈이 다 타버렸네 - P21
가장 이른 첫눈을 눈에 담으며 내시는 품에서 도라지를꺼냈다 흙을 뚫고 입과 코가 트일 때까지 흰 다리를 빼곡하게 씹어 삼키며 면포를 펼치고 손끝으로 시를 썼다고 그리고 그는 궁을 넘어 다친 다리로 단풍나무 숲 속의 산소로 갔다고 - P23
맨가슴으로 가장 먼저 선을 넘는 것우리 모두의 안쪽엔 망아지가 있어서 - P23
올리브유: 올리버올리버올리버올리버당신의 이름을 연거푸 말하면 여름이 불타고해바라기유: 맥주를 따르며 웃는 걸 본다를 수개기름: 눈길만으로 불이 붙을 때 - P25
입술이 옴짝달싹 기름을 바르고 리듬을 입고 마음을 업고 무릎을 꿇고미강유: 아름다움에 대해 강하게 말하자쌀눈유처럼 사랑의 눈을 번쩍 뜬 채로몰라유: 전라도로 여행 갈래요 - P25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 P28
우리가 함께 입을 벌린 순간들제철 음식을 한 번 되돌릴 시간을 - P31
도토리 속엔 도토리 줄기가 푸르게 자라고미더덕 속엔 짙푸른 고래가 웅크려 있고내 머릿속엔 수류탄 같은 기억의 다발이 있어서다디단 행복이 입속을 뒤집어놓을 때노란 침으로 베개가 흠뻑 젖었다당신을 떠올리면 세상이 좋아서나는 기어코 풍선을 터트려버렸다
나는 안쪽에서 부푸는 사랑만 봐요분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 - P33
어둠은 어두운 마음을 알아서 어둠 속 어둑한 심장을 거두고어둠은 어두운 시간을 날아서 절룩이는 다리로 흰 떡을삼키네 - P38
둘만 걸을 수 있도록길이 칼이 되도록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여섯 개의 발바닥이 흠뻑젖도록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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