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면 다시 할머니와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막걸리도 마셨지만 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내가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끝도 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자신감도 없고 너무나 괴로웠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때 우연히 얀니의 트윗을 보게 되었다. - P8

그렇게 백배는 ‘요상한 색깔의 토사물과 함께 서른을맞이하는 중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봉은사에서새해 기도를 올리고 있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백배의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마흔이 시작되었다. - P14

사람들은 우리를 하우스 메이트라고 부르기도 하고, 열살 차이가 나는 언니 동생, 때로는 선생과 제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우리는 그냥 하나의 개인들이다. 나는 나 김얀이고, 백배는 하나의 백배다. - P17

단벌숙녀에 가까운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얀니에게도 태초에 책이 있었다. 우리는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짐 더미를 정리하며 농담으로 이 짐들을 ‘업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얀니의 업보도 만만치 않았다. 무거운 책들을 이고 지고 살기란 정말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 P28

‘그 수많은 물건을 살 돈으로 그 물건을 둘 수 있는 부동산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로 시작된부동산에 대한 욕망은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무소유로까지 비약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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