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뭘 본 거야?" "몰라, 누가 있는 것 같았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뱀술은 열리지 않았고 내 비밀도 그대로였다. - P39
그로부터 3년 뒤, 금강산관광지구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중단된 지 12년이 지나도록 재개되지 않고 있다. - P39
사랑에 빠지는건 가짜에 속는 것사랑에 빠지는건 바보가 되는 것연연해 하는 건 철없는 망상믿음을 주는 건 어린애 장난ㆍㆍㆍㆍㆍ - P45
달 밝은 밤에 사랑으로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기분이 들 때에는 마음속 새엄마의 경고를 따라 부르며정신을 차렸다. 예스, 마더. - P45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술이 들어간다 쭉쭉 쭉쭉쭉 쭉쭉 쭉쭉쭉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 P53
어깨춤은 진화하는 춤입니다. 몇 년 전에 국립공원에서 불법 야영하는 캠핑족들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의 마이크에 포착된 캠핑족 술 게임소리가 화제가 됐습니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에 더해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Look at myshoulders, they are dislocated)를 붙인 겁니다. 어깨춤을얼마나 오래, 격렬하게 추었길래 탈골이 된 것일런지요. 이후로 장안에 술 게임깨나 한다는 사람들 레퍼토리에 일제히 ‘탈골됐잖아’가 덧붙여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깨춤 노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진화해왔을 것입니다. - P55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평생, ‘잘하지는 못하는데할 줄은 알아요‘ 같은 식으로 설명해왔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걸 좋아합니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인쇄물 편집을 하고 로고를 만들기도 해요. 사진을 찍는사람은 아니지만 운 좋게 사진 일을 할 기회가 있네요. 잘하지도 못하는데 꼼수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자책. 끝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을 시시덕거리며 하고 있다는 죄책감. 진지하게 제대로 하고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 ‘잘‘ 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것들의 목록은 점점 길어졌다. - P61
연애 역시 잘해야 하는 것들의 연속이다. - P63
10년 전, 소설 쓰기를 배울 때 나는 코엔 교수에게이렇게 물었다. "왜 글을 계속 쓰라고 하는 건가요? 세상에는 잘 쓴글이 이미 너무 많아서 의욕이 안 나요." 코엔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점심 샌드위치 도시락을 쌉니다. 이 샌드위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가 아닌데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샌드위치를 싸느니자살을 하는 편이 낫겠죠." - P64
스피크이지란다. 간판도 없고 들어가려면 그날의암호를 대야 하는. - P86
22살 마르코는 나보다 세 살 동생이었다. 대학생때 만나고 실망했던 형들 자리에 내가 들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으로 나보다 이것저것에 대해 덜 알고 이런저런 경험이 적은 사람을 사귀게 된 것이었다. - P95
한국을 홍상수 영화로 배운 내 미국 시네필 친구들은 나더러 정말 한국에서는 소주를 저렇게 물 먹듯 먹냐고 물어본다. 나도 사실 홍상수 영화를 미국 아트하우스 영화관에서 처음 보았을 뿐, 정말 한국에서 저러는지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식에 의거해 답변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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