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은 다이어리에 그런 걸 적는 사람이었다 - P122
그러나 그해 겨울 재인이 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빠진 것도 있었다. 이것은 균형이 맞는 것인가 아닌가, 재인은 자주 갸웃거렸다. 재인의 목록에서 빠진 것은 애인과 결혼이었다. 그 둘이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라는 것을 자주 곱씹었다. - P123
우리 서로 짠해하지 말자. 헤어지자는 말을 하며 재인은 그렇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조금 과하게 울었다. 제발 자기를 짠하게 여겨달라는 것처럼 보여서 재인은 살짝 인상을 쓸 뻔했다. 한 명이 더 힘을줘 끌고 가는 관계는 언제까지나 반대편이 일 프로 정도는 함께힘을 실어줄 때 가능한 일이었다. - P125
마음은 마음이고 원칙은 원칙이었다. - P127
모르겠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몸이었다. - P129
듣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었다. - P137
떨어지고 있구나. 나는 또 붙어 있고, 나는 예은을언제까지 붙들고 있을까.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은영은 언젠가 예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음을 너무 붙이네요, 은영씨는 그 목소리가 따뜻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 P142
돼요. 그거 안 될 분이 아니에요. 겁먹지 말고 몸을 확 넘겨야해요. 그럴까요? - P145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재인은속으로 ‘해본 것‘ 리스트에서 유독 도드라진 단어들을 읊었다. 독립, 절교, 파혼, 끊어진 관계들의 기록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 리스트는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야. 누가 날 해쳐서 남은 흔적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야. 어딘가에 아직 찾지 못한 근육이 있을 것이었다. 재인은 이제 겨드랑이 뒤쪽에 있는 그 근육의 이름을 알았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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