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살을 찢고 나왔으니나와 너우리의 고향은 차가운 칼이다

자신의 욕망을 분명히 안다는 것, 그걸 평생의 업으로삼겠다고 결정하는 것, 그 자체로 재능이 아닐까. - P157

조금 알게 되니 시가 너무 좋았고 그 좋은 걸 평생즐기며 살고 싶어졌다. 물론 ‘락지자‘로 산다는 게 굉장히어려운 일이라 가장 마지막 퀘스트라는 걸 알게 된 것도 먼훗날의 일이지만. - P160

이렇게 후련한데, 싶은 마음이 된다. (물론 시로도 많은 돈을벌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로또 1등보다 더 간절한 평생의 열망. 왜때문에 시 고료는 안 올라요?) - P161

특히 부동산에 관련된 일은 제주 토박이 친구들의공이 혁혁했다. 제주는 특유의 ‘괸당‘ 문화라는 게 있다.
괸당이라는 말은 제주어로 ‘친척‘ 정도에 해당하는말로,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제주 사람들이 이방인에게부리는 일종의 텃세라는 뜻이다. 본인들의 괸당이 아닌사람들에게는 정보나 마음을 나눠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 P166

현관문이 열리지 않게 꽉 밀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곤히 자고 있는 딸을 보았다. 딸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잠에빠지면 잘 깨지 않는 편이다. 그때 깨지 않은 게 얼마나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딸의 얼굴을 보니 머리가 더욱 팽팽돌아갔다. 침입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재빨리 부엌으로가 식칼을 챙겨야지, 그리고 아이를 안고 안방 창문으로뛰어나가서 마당으로 나간 뒤 신지를 데리고 도망가겠다는동선을 머릿속에 수차례 그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경찰이 도착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남편이 헐레벌떡도착했다. - P170

비가 내리고 있을 때는따뜻한 곳을 알 수 없고길을 걷고 있을 때는길의 다리를 만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위태로웠다. 그런 나를 겨우 지탱해 주는 건역설적이게도 내가 돌봐야 하는 존재들, 아기와 신지였다.
하루에 한 번 아기를 품에 안고 신지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없었다면 나는 그 시절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잘은 모르지만우울증 치료에 햇빛을 쬐는 시간이 포함된다는 이야기를들어 본 적 있다. 내게도 볕이 중요했다. 햇살 사이를 걸으며내 발걸음을 느끼며 아, 그래도 내가 여기 있구나, 나를확인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그런 것 말고는 내가 나임을 알수 있게 하는 단서가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 P176

올해로 무명서점은 4주년을 맞이했다. 딸의 나이가 네살이니 무명서점과 딸이 함께 커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무명서점이 없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고산리를 지켰으면좋겠다. 무명서점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서점원 언니에게 한 번도 말해 본 적은 없다. 말로는 좀쑥스러우니까 이렇게 지면을 빌어 그 마음을 전한다. - P180

포기하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의 의미가 모두프로듀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들이반드시 등장하는 거라고,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그들의 바다로 조금씩 가라앉았다. 결국 이제 진짜 끝이다싶을 정도로 바닥을 쳤다. 그랬기 때문에 조금씩 위로 상승할수 있었던 걸까.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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