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내도 할 만큼 했다! 대체 뭘더해야되는데? 그냥 자살하까?" - P53

"삼성? 가기 전까진 좋았제. 꼴통이 드디어 사람 구실하겠다구 가족끼리 잔치까지 벌였으야. 근디 막상 가보니깐 장난이 아니여. 하루죙일 여덟시부터 열시까지 라인서 빵이 치는데 죽겄드라. 연봉이라도 쎄믄 몰겄는디 초봉 3500 받고 할짓은 아니다 싶드라고. 연봉이 팍팍 오르는 것도 아니구. 게다가 구미 거기 주변에 뭐가 있느냐. 죄 논밭인데 돈 벌어봐야쓰잘데도 없고, 기숙사도 규정 허벌나게 빡세서 함부로 나가기도 힘들어부러. 게다가, 어휴. 선배라는 것들이 삼성 부심은또 오지게 부려요잉. 회사가 시키면 군말 없이 하는 게 삼성맨이라나. 누가 들으면 즈덜이 이병철 이건흰 줄 알겄어 기냥." - P57

"아부지, 꼭 나을 낍니더. 꼭."
그제야 아버지는 다 쉰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옹알댔다.
"내는 아직 못 죽는다………… 두 달 더 채워야 된다……."
부자간 대화는 거기서 끝. - P61

2021년 6월, 건설 근로자 공제회라는곳에서 문자가 왔다.
법이 바뀌면서 아버지의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일한 기간은 딱 십 개월. 제대로 된 일이라곤 안 해봤던 아버지는 노가다판에서라도 일 년을 꼭 채워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눈가가 매워졌다. - P64

그땐 도저히 이성의 줄자를 갖다댈 수가 없었다. - P72

"행님, 차만 비싼 게 더 싸게 먹힙니다. 차가 좋으면 나머진짜가리라도 다 믿어주거등. 요요 시계, 가방, 지갑, 구두, 벨트, 싹 다 짭퉁이라예. 메이드인 차이나! 일마들 정가 주면 오천 넘어갈걸?" - P79

그제야 동생이 그토록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이유를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나름 멋진 삶의 방식 아닌가. 헤어지는 길에 돈을 뽑아 동생에게 20만원을 건네주었다. 재밌는 경험 시켜줘서고맙다는 인사에 동생은 씩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짝퉁이 아니라 진퉁이었다. - P83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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