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입장에서 핼러윈처럼 소품이 많이 필요한행사는 무척 번거롭습니다. 적어도 몇 주 전부터 밤잠을 설치며 행사를 준비해야 하죠. 물론 우리 유치원이 더 유난이긴 해요. 간판에 ‘프리미엄‘이 붙은 영어유치원이거든요. - P9
싶은저는 그날 집에서 엄마에게 악을 지르며 떼썼어요. 다음 날은 다른 티셔츠를 입었지만, 참담한 기분은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힘겹게 등교한 후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옛날 교실들은 뒷문 옆에 꼭 거울이달려 있었거든요. 문득 돌아본 거울 안에 제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 P11
제 품에 남은 건 유령의 허물 같은 흰 천뿐이었어요. 그리고 천마저도 손안에서 미끄러져 바닥을 굴렀죠. 이게, 핼러윈 실종 사건의 전말입니다. - P15
옥주는 집에 들어오기 전 마주했던 낯선 눈을떠올렸다. 석류알처럼 붉은 눈과 쓰레기 더미를 뒤질 만큼의 허기를 상상했다. - P25
상처 치료는 금방 끝났다. 의사는 당분간 상처 부위에절대 물이 닿으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진통제와 소염제를처방해주었다. 그러면서 피곤한 목소리로 옥주를 문 개가광견병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옥주는사람이 광견병에 걸리면 죽을 때까지 갈증에 시달린다는사실을 처음 알았다. - P35
옥주는 자신이 언제든지 먹힐 수 있다는 걸알았다. 자신이 키우는 건 말 안 듣는 손주나, 길고양이 같은 게 아니었다. - P41
"관 짝이 메마른 걸 봐서는 물이 고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확인했으니 다시 덮을까요?" 옥주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P47
냉동고 정리를 끝낸 후에, 옥주는 석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올라가자. 가서 과일이나 먹자." 석류가 옥주의 손을 붙잡았고, 둘은 함께 지하실 계단을 올랐다. 창문을 열었더니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불어왔다. 석류는 텔레비전 앞에 누워 꾸벅꾸벅 졸았다. 옥주는 늦여름의 습기를 느끼며 흉터가 남은 팔로 과일을 씻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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