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희는 그것들을 보고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게 있다니! 하며 폭죽놀이를 처음 구경했을 때랑 비슷한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다. 나로서는 즐기는 것은가능하지만 절대 내 안에 남지는 않을 이야기들을 천희는 좋아했다. 나는 안도했다. 천희가 내 만화를 볼 일은 없을 테니까. - P11
나는 너의 모든 행동이 부드럽고 나긋하다고 느끼지만 그 안까지 부드럽지만은 않다고 여긴다. 의외로 뾰족한 구석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바깥을 향하는 게 아니라 너의 안쪽을 향한다. 너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다. 거래처 강부장은 새로 들어온 네가이사를 하자 시집 좋은 데로 가게 생겼네, 라고 말했다. - P47
헤어지자는 말을 하며 재인은 그렇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조금 과하게 울었다. 제발 자기를 짠하게 여겨달라는 것처럼 보여서 재인은 살짝 인상을 쓸 뻔했다. 한 명이 더 힘을줘 끌고 가는 관계는 언제까지나 반대편이 일 프로 정도는 함께힘을 실어줄 때 가능한 일이었다. - P123
대로 배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어쩐지 자꾸만 손이 느려졌다. 옷을 다 갈아입고, 메고 온 목도리까지 다시 잘 두르고서 재인은 데스크에 몸을 가까이 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재등록하려고요. - P149
철수를 마친 날, 고향인 원주에서 올라온 엄마는 영은과 병원식당에서 칼국수를 먹다가 결국 울컥 울음을 토하고 말았다. 이게 뭐니·····특히 엄마를 위로하던 영은은 그 말에 상처를 입었다. - P155
-이 죄스러운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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