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는 서른에 잔치가 끝났다고 했다. 언젠가고모의 책장에서 그 시집을 발견했을 때 나는 10대였고, 서른이라는 나이는 너무 까마득해서 하늘의 달이나 별 같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저기 어딘가에 있다고 알고 있는 머나먼행성 같은 것이었다. - P13
나는 콜라의 본질을 좋아했지만 그 본질이 사라진 상태의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랐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은 열정이 있었지만 그 이후 삶에 대한 것은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았다. 모르는 세계였으니까. 치기 어렸지만 위태로웠다. - P15
돈은 언제나 부족했고 부족한 돈으로 부족하지 않은것처럼 살기 위해 우리는 매일 전철을 탔다. - P17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승강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안전문과 객실 문이 동시에 열리고 더러운 의자 하나가 철로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거기에 없었고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그 일을 한다는것.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도취되어 있었다. 제주로 향하는나의 발걸음에 말이다. ‘강추진만‘은 추진하는 과정에도취된 자에 불구하니까.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어딘가로, 무언가를 하러 간다. 그 자체가 즐거웠던 것이다. - P30
네가 물었지시는 언제 써? 누군가 미워지면 시를 써너는 매일 밉고매일 사무치게 그리워서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 농가 주택 리모델링에관한 책을 몇 권사 봤었는데 감히 단언하건대, 사랑과리모델링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다. - P36
나는 한강시켜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대학 때가졌던 포부와는 달리 글로 먹고산다는건 아주 조금씩 먹고아주 조금씩 쓰고 아주 조금씩 살아 있을 수 있는 거구나하는, 씁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중이었다. - P43
야행성 생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이다. 영원히 계속되는 빛 공해 없이, 어둠과 빛이 서로를 밀어내지않고 차례대로 땅을 밟는, 진짜 낮과 진짜 밤. 거기에서 만난제주도의 검은 밤. - P51
친구에게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늘 이상하게 욕심이 난다. 졸업앨범을 찍을 때도 그렇고 증명사진을 찍을 때도 그랬고웨딩사진에서는………… 모든 욕심이 폭발해 버렸다. 항상사진을 찍을 때는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생의어느 순간을 박제하는 일이라 그런 걸까. 어느 때라도 다시들춰 볼 수 있는 그 시간을 아름답게 해 두고 싶었다. - P57
‘내가 훔친 기적‘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이거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 제목은 시집에 수록된 시 중「당신이 훔친 소금」이라는 시와 데뷔작인 「기적」을 합쳐서만든 제목이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고 여전히 그 자장안에서 지내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시라는 존재를 만나기적과 같은 미래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정말맞는 말이다. 내게 시, 언어라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까. - P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