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들어가본 교회에는 애들이 우글거렸다. - P143
"뭘 했는데?"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여태껏 말을 걸고는 막상내가 입을 떼자 남자애는 마치 동물이나 사물같은 것이말을 걸어온 양 흠칫 놀랐다. 새벽예배를 안 빠졌다." - P145
현지씨가 여러번 말한 소개팅에 나가기로 한 건 바로그 이름 때문이었다. 주찬성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동명이인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 이 일렁였으니까. 만나기를 기대하는 건지 피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랬다. 살면서 같은 이름의 사람을 여러번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 이름은 그렇게 흔하지도 않은데. 그 희박한 가능성을 실현해보는 것만으로도만남은 해볼 만하게 느껴졌다. - P151
그렇게 한 단어씩 더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어느 날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 P157
우리에게 해변의 여름날처럼 늘 좋은 날들이 계속는 않았다. 중학교 졸업반이 되어 입시가 다가오자 주찬성은 곧 떨어질 낙엽처럼 예민하고 불안해했다. - P165
가로등 아래 정차한 그 차에서 누군가 내려 서둘러 나무덱을 밟아 내려오는 것이 나는 눈송이들을 통과해 오는 그 얼굴을 더 정확히 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들었고 그가 가까이 왔을 때 오래전처럼 또 손을 들어 인사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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