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휴대폰 너머로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얘, 나 여행 갈 동안 우리 뜨개방 좀 봐줘.
-내가 거길 어떻게 봐. - P10

그래서, 나는 휴먼고시원의 생활을 정리하고 뜨개방 일도 미리배울 겸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거였다. - P13

우리는 그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쇼호스트가 하는 말만 잠자코 들어야 했다. - P17

- 힘을 빼.
-아무리 빼도 안돼.
- 네가 힘을 빼야 실도 힘을 빼지.
-그게 내 맘대로 안 된다니까.
-실이 네 손에서 빠져나가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쥐어. 그럼실에 자연스레 공간이 생겨나. 그 사이로 바늘을 통과시키면 돼. - P21

- 무섭지 않았어요? 돌아올 때.
나도 왠지 힘을 주어 말하게 되었다.
-돌아올 때 무서웠다기보다는…………그는 말을 골랐다.
- 돌아오지 못할까봐 그게 내내 무서웠던 것 같아요.
나는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그 말을 곱씹었다. 한낮의 청년몰은한산했다. - P27

b의 취업과 친구의 생일을 겸해 축하 파티를 한다고 했다. 나는둘에게 줄 선물로 102살롱에서 기도하는 손 모양의 향초와 늘봄가죽공방에서 갈색 카드지갑을 각각 두 개씩 샀다.
ㅡ핫도그는 선물을 못하네요.
라고 말하며 그에게 짧게 서울에 다녀온다고 하자 그는 내게 핫도그를 주며-선물.
이라고 말했다. - P32

나는 스웨터에 팬티 차림으로 깔깔 웃었다. 이모는 곧 먼 곳으로 떠날예정이었고, 나는 이미 떠나온 기분이었다.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네, 생각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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