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장. 영숙 언니 아들. 아니면 민식이.

"그분은 왜요?"
"저번에 안 계시던데, 어디 아프시거나 그래서 그만둔 건가요?"
"아니, 휴무 낸 건데, 어제는 근무하셨지. 그런데 왜요? 곽 선생이랑 아는 사인가?"
여자 손님이 수줍어서 그러는 건지 수긍을 한다는 건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선숙은 답답해 참을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다.

"동생은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지만 저는 서울에서 어머니랑 같이 살아요,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시는데, 저는 사실 사회생활 시작하고 나서 아버지 생각이 종종 났어요. 아버지가제 수영 강습비니 대회 참가비니 다 감당하셨고, 심지어 대회가 있는 날 주요 사건 수사를 뒤로하고 물래 경기를 보고 가셨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어요. 늘 무뚝뚝하셨지만 뒤로는 제가 선수가 되는 데 필요한 걸 다 책임져주셨죠. 다만 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뒤에 저는 늘 주눅이 들었고, 그걸 못마땅하게 이긴 아버지와도 갈등이 더 생긴 거 같아요."

막무가내. 어찌 보면 자신의 지난 삶에서 선숙이 일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남편과 아들을 대할 때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그때는 ‘나‘가 아니라 관찰자의 시점으로 자신의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배웠다. 누구에게? 영숙 언니에게 아들과 대화의 물꼬를 튼 시점에서 얼마 안 지나 다시 성질이 끓어오르던 찰나, 그녀의 주의 깊은 조언으로 아들에게 막무가내 따지는 버릇을 잠재울 수 있었다.

"사실 얼마 전에 딸을 만났습니다."
곽 선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숙은 반사적으로 카운터를 향해 몸을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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