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규희가 사라지고나서야, 여기에 없고 나서야 규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너를이루는 조각과 내 조각들을 맞춰보고 비교한다. 화가 나서 던지기도 하고 소중하게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기이한 모양의 성을 쌓는다. 그게 규희가 떠난 뒤 내가 유일하게 몰두하는 일이다.
그리고 블로그. 나는 규희의 블로그를 통해 너의 블로그를 찾아냈다. 너는 블로그를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불쑥 글이 올라오는 식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난후에는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린 탓에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로 이직이 결정된 후, 출근을 기다리는 동안 너의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쫓기는 꿈을 꾼다. 건물에 갇혀 쫓기는데 건물은 내가 아는 건물인 것 같고 나를 쫓는 게 누구인지는모른다.‘ - P55
아주 가끔 울거나 짜증을 내겠지만 그것마저 전화를 끊은 후에 내색할 것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서도네가 이곳에 계속 다니고 있을까? 이 작고 구질구질한 곳에 너는아마 육 개월 만에 이 회사에서 네 능력만큼 대우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 P47
이 동네가 익숙해진 게 신기해서. 천희를 만나게 된 옷가게는 그로부터 반년도 더 전에 취재 때문에 알게 된 곳이었다. 가야지 가야지 다짐하고 실제로 그 상영회에 간 것은 딱 두 번이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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