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보르헤스가 천연덕스럽게 인용하는프란츠 쿤의 중국백과사전은 실존하지 않는 책이다. 보르헤스의 글을 읽다 보면 늘 그러듯이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그리고 무엇이진심인지 헷갈리게 된다. 사실 보르헤스 자신도 세계저체를 테스트에 담는 시도를 수없이 하지 않았던가?

‘고양이‘ 혹은 ‘cat‘이라는 단어와 이들이 가리키는 대상의 관계는 자의적이지만, 고양이에 해당하는 윌킨스 언어의 어휘 ‘Zipi‘에는 ‘작고 집에서 기르고 쥐의 천적인(혹은 야생이고 사향을 분비하는) 고양이 종류의 길짐승‘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고양이를턱시도, 치즈, 고등어, 삼색이 등으로 더 세분하고 싶으면 각각에 알파벳을 부여하고 ‘Zipi‘ 뒤에 붙이기만하면 된다. 윌킨스의 언어 체계만 알고 있으면 고양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Zipi‘ 라는 단어가어떤 동물을 가리키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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