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감정이 격해지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선숙은 커피를 들라는 시늉을 했고, 그녀는 머그잔을 입에가져가 입술만 축인 뒤 말을 이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선숙은 거침없이 생각을 털어놓았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신중해야 했다.

"부끄럽군요."
……………뭐가요?"
"갑자기 온 딸을 보고 선뜻 용기가 나지않았습니다."

"따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 봐요.
오죽하면 저한테 커피에 케이크까지 대접하며 아빠에 대해 물었겠어요. 그러니까 아는척하고, 얘기 들어주고, 여기 편의점 삼각김밥이든 캔 커피든 건네줘요. 그건 달아놔요.
내가 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그러면, 가불을 할까요? 제가 일하게 되면 나중에 월급 주실 때 2천원 빼고 주시면됩니다."
"아니 지금 댁을 고용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가불이 웬 말이에요? 경우가 없으시네!"
참다못한 선숙이 쏘아붙였다. 사내가 큰덩치를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숙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사내를 향해 현금 만 2천 원을 달라고 했다. 그제야 사내가 입을 쩍 벌리고는 냉큼 현금을 건넸다.
그녀는 그걸로 남은 복합 결제를 진행했다.
"대박! 솔로몬의 재판처럼 진짜 명쾌한 답이네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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