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에게 향을 피워 바쳤다. 손을 모으고 눈을감고 고개를 숙이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할아버님, 편안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주어 기도했다. 멀리서도 하마를 사랑해주세요. 마르지 않는 용기를 주세요.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눈을 떴다. 하마가 나를보고 있었다.
응. 싫지 않았어? 하마가 대답했다. 한 번도 안 싫었어. 내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몇 초 뒤 하마가 짐짓화난 척을 하며 물었다.
화장터에서 하마는 말했다. 삶을 구석구석 살고 싶어. 이렇게도 덧붙였다. 대충 살지 않고 창틀까지 닦듯이 살고 싶어. 허전하고 쓸쓸한 날에 그렇게 다짐하는 하마를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 곁에서 다져지는 생의 의지를알아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구석구석 사는 벗이 되고 싶었다.
젊은 청년의 걸음을 글로 옮길 때는왠지 낡은 붓조차 경쾌하게 돌아간다그해 나는 나를 많이 아껴 부자가 되었지대신 애꿎은 우리 집 창고만 꽉 차게 되었네노인이 지게를 지고 뒷산을 올라간다노인이 지게를 지고 뒷산을 올라간다O
그는 나랑 너무 닮은 미지의 타인이다. 모르면서도 너무 애틋한 타인이다.
한참 만에 아름다운 팔이 내 몸을 감쌌다. 내 정수리 위로 단단한 턱과 따뜻한 숨이 닿았다. 그 순간나는 내가 여기 있으려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광이나는 공항 바닥에 영영 뿌리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시간이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알 정도로는 삶을 살아보았다.
어디서 들은 조언인데, 사는 동안 최대한 많은곳에 가서 똥을 싸랬어. 누가 그래? 내가 묻자 현희진은 턱끝을 고상하게 세우고 대답했다. 요조가 그랬던가. 이훤과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현희진은 목을 가다듬고 계속 말했다.
A그의 진짜 모부는 이렇게 좋은 곳에 얘를 한 번도 안 데려왔다. 모든 가족은 크고 작게 불행하지만대부분의 불행한 가족도 으레 하는 일들이 있다. 여름휴가철에 물가에 가는 일이랄지. 아이에게 수영복을사주는 일이랄지.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다들 하는그런 일들을 어떤 아이는 한 번도 못 해본 채로 어른이 된다. 나는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가서 헤엄을 멈추고 현희진과 함께 둥둥 떠 있었다. 바다는 따뜻했고우리는 말이 없었다.
태초에 노래를 가르쳐준 어른들이 있었다. 노래와 그들을 번갈아 보며 세상을 배웠다. 그들은 내게노래를 들려주었고 나 역시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제는 내 노래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한다.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지고 미안하다고 말하고싶어진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게 내가먼저 노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노래가 나를 사랑할때까지 나는 노래를 짝사랑할 것이다. 이 사랑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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