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불타는 팔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습지의 눅눅한 숨결은 안개가 되어 참나무와 전나무에 늘어져 있었다. 팔메토 야자나무 덤불은 이상하게 고요해서 못에서 날아오른 왜가리의 느릿한 날갯짓 소리만들렸다. - P17

엄마는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얘기는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특히 아버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생선 비린내와 싸구려 술 냄새를 풍기고 들어와서 냄비 뚜껑을 쩔껑거리며 만지작거렸다. - P21

다음 날 아침에도 카야는 계단에 앉아 망을 보았다. 까만 눈으로 길바닥에 구멍을 뚫을 기세로 노려보았다. 저 멀리 습지는 안개를 베일처럼둘러쓰고 있었다. - P23

카야는 포치로 돌아와 한참을 기다렸다. 길 끝을 바라보면서도 절대울지 않았다. 눈으로는 계속 찾아도 얼굴은 무표정했고 입은 일자로 다물고 있었다. 엄마는 그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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