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감사일기를 적을 때는 물질적인 것들을 많이 썼다. 무엇을 사서좋았고, 뭐가 생겨서 좋았다는 등의내용이었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점차 물질이 아닌 것에서 의미를 찾게 되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감사했고, 아이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서 감사했고, 읽은 책의 어떤문장이 감동적이어서 감사했다. 물질 외의 것에 감사하는 비중이 늘어나니, 내 삶이 이미 많은 것들로 차있다는 사실이 가까이 느껴졌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린 나를 대면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나의 아픔을 본다.
아이가 울 때 안아주며 어린 시절혼자 울던 나를 함께 안아준다. 우리 부모님은 하굣길에 비가 와도 결코 데리러 온 적이 없었다. 친구들의 우산을 쓰고 가거나 다 맞고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마다다짐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 비오는 날 꼭 데리러 가야지. 함께 집에 돌아와 따뜻한 코코아를 같이 마셔야지.

한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간물건이지만, 나이로비에 도착하니내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도시 공간이 주는 압박과 유혹은 분명 존재한다. 제주도에서는 여유롭게 걷지만 서울에 가면 비싼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우리 모습에서, 다이소에가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마구 사고 면세점에서는 괜히 필요치않은 립스틱이라도 사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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