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지부진하게 ‘플랜‘에만 머무르던 때라 초조함도 늘어갔다.
23번 버스를 몰며 시를 쓰고 삶의 밸런스를 훌륭하게 유지하는<패터슨>2016의 패터슨 씨(아담 드라이버)처럼 매일의 반복이일상의 루틴이자 시가 되는 삶이었으면 좋았겠건만. 나는 도래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향해 계획표를 짜는 것이 그렇게갑갑할 수가 없었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퇴사했다. - P59

하지만 엄마는 사람의 가슴을 손으로 갈라서 심장을 빼는 장면이 있는 영화를 아이와 보러 가야 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 P69

어느 날 <주말의 명화>에서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로렌스〉1962를 방영했다. 세 시간이 넘어가는 그 영화를 나는숨도 쉬지 못하고 봤다. 갑자기 주인공이 촛불을 불어서 끄자사막의 여명 장면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깨달았다. 이것이 영화구나. 이것이 편집이구나. 촛불을 불어서끄는 장면 뒤에 사막 장면을 이어서 붙인 것이구나. 세상에서가장 위대한 비밀을 알아챈 것처럼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순간에 나는 알았던 것 같다. 나는 아마도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겠구나. 마침내 나에게는 꿈이 생겼다. - P72

지금은 세상에 없는 내 아빠(아버지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으므로 아빠라고 적는다)는 클래식마니아였다. 우리가 가곡이라고부르는 음악도 좋아했다.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내 기억에 음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뽐낼 만한 가창력을들려주신 적도 없었다. - P73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적어도 당시 내게는 남북통일보다 반청 복명이 더 중요한 화두였다. 영화란 결국 누군가가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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