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에게 폐를 끼치고 있지 않습니까?"
의사는 손바닥을 펴서 문 쪽을 향해 뻗었다. 단호한 손짓 때문에 유림은 자기도 모르게 우물쭈물 일어났다. - P49

"이름을 알아듣는 건 사육되는 동물뿐이래. - P69

지은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프레임을 들고서 살금살금 복도를빠져나왔다. 지은이 손짓을 했다. 출입구로 다가가 관리실 안을들여다봤다. 관리인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합판을 한 장씩 운반했다. 합판을 두 장째 운반했을 때 관리인이 깨어났고, 나와 지은은 관리인이 다시 잠들 때까지 한 시간을 더 기다렸다. - P77

선생들은 각자의 찻잔을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왜 있잖아요. 그 선생."
선생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 P33

함박눈이 다시 쏟아졌다. 발자국이 차츰 모습을 감추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등을 돌린 채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인파를 뚫고 기열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P27

"이리 줘."
나는 대걸레를 더 꽉 움켜쥐었다.
한 달간 대안교육센터에 가서 교육을 이수할 것을 지시받았다.
학교를 떠나기 전, 교무실을 찾아갔다. 선생들은 뜨거운 차를 손에 들고 둘러앉아 있었다. 담임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병이 든 애예요. 걔를 만나러 가다가 친구가 죽었어요. 죄책감이들 만하죠‘
담임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돌아섰다. 복도가 유난히 좁아 보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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