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절의 첫 입김을 봤다. 엄마, 아빠, 아이가 나란히길을 걷다가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호~호~ 하고 차마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 줄을 바꾼다.
입김에 마침표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런 건 물결표시가 적당하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 퍼져나가서 공기가 되고, 공기의 결이 되고, 다시 다른사람의 숨이 될 수 있게, 호~ - P107

내가 머무는언어가 시소를이곳은 숨과 수플 사이, 두 개의타는 곳이다. - P108

좀 너무한다 싶은 날에는 올라가서 항의를해볼까 하다가도 아이들의 간지러운 웃음소리에 지고만다. 어쩔 수 없다, 아이가 그렇게 웃으면・・・ 아이의웃음소리를 막는 언어는 한국어로도 불어로도 배운적이 없으니까. 살면서 지금까지 어떤 어른도 내게
"웃음을 뚝 그치지 못할까!"라고 소리친 적은 없었다. - P109

창문 밖 나무 사이로 하얀빛이 쏟아졌다. 늙을 리 없는빛처럼 화가의 그림도, 숨결도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곳에서는 오직 색채만이 시간을 받아들였다. 시간역시 색채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 P116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책을 마저 읽었다.
머릿속에서 책으로 만난 한트케의 엑상프로방스와내가 밟았던 장소들이 뒤섞였다. 그것은 세잔의시선과 한트케의 문장 그리고 나의 기억이 뒤섞이는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본 것과 인식한 것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 속에서 본다는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했다. 하나의 장소는내면과 외면이 만나는 지점이고, 내가 본 그곳은 나의심상이며, 내가 쓰는 것은 그 심상의 언어라는 것을. - P120

"Enfin, c‘est le printemps."(마침내 봄이야) www불어로 말했더니 그제야 살짝 눈길을 준다. 그리고살포시 앉아 앞발을 내민다.
봄이고 뭐고, 간식 달라는 뜻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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