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고독사하는 데도 돈이 든다. 당연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돈이다. 그놈의 돈. 일단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이다. - P11
지금의 대규를 수식하는 데는 세 가지 해시태그면 충분했다. #오죽하면 #어쩌다가 #어쩌려고 - P12
내게만 주어지는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평한 불행과 재난에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규는 단연코후자 쪽이었고 그런 면이 고독사 워크숍 매니저로 선발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리라고 짐작했다. - P17
고독사 워크숍을 다이어리 꾸미기에 비유하다니. 고독사라는 걸 이렇게 가볍게 다루어도 되는가 싶었는데 어쩐지 그러자오 대리 역시 자신에게도 분명하고 다행하게 예비된 고독사에 이르는 시간이 조금은 다정하게 느껴졌다. - P25
고독사 플랫폼은 #맥락없이 #어리둥절한채 #어반복의형태로#두리번거리며 #엄살과응석의태도로 #시행착오를목표로 #아무려나 #어쩌라고의 정신으로 공유될 것이며 ‘심야코인세탁소‘의 고독사 애플리케이션 1.0 버전을 정식으로 출시하기에 앞서 우리는 체험단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 안내문을 읽는 당신은 우리의 빅 데이터 안에서 고독사 체험단으로서 적합성을 인증받은 사람들이다. - P29
나쁜 짓을 했으니까요. 벌을 주려고요. 같아지려고요. 닮고싶어서요. 몇 가지 답변이 떠올랐으나 어떤 말도 정확한 대답은 아니어서 송영달은 머뭇거리다 입을 꾹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P37
깎는 건 연필뿐이지만 송영달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 저도 목공이 취미예요. - P47
작했다. 그래도 밑줄 그은 흔적은 남았다. 어쩌면 자신이 연필로 할 수 있는 가장 시시하고 선량한 일은 똑바로 쥔 채 새로운 선을 긋는 게 아니라 거꾸로 쥐고 함께 사용하는 세상에자신이 그어 놓은 모든 불필요한 밑줄을 지우개로 지우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53
"평범한 발을 가진 아이조차 새 신발이 생기면 세상과 사랑에 빠졌다."* - P53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었다. 송영달은 문득 깨달았다. 재난 대비용 라디오를 판 남자는 재난이 오지 않는다고 믿게 된 것이 아니었다. 재난에 대비할 수있다고 믿지 않게 된 것이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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