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76 32. 키 몸무게, 나이만 적혀 있는 프로필. 집에서 2km 떨어져 있던 호와 틴더에서 매칭된 건 지난밤이었다. 몸이 좋은 타입은 아니었는데 쌍꺼풀 없는 눈에 고른 치열이 마음에 들어서 ‘라이크LIKE‘ 를 눌렀다. 메시지를 주고받아보니 영화를 한다고했다. 틴더에는 어쩜 그렇게 예술가 지망생들이 많은지, 절반이 예술가 지망생 아니면 금융맨이다. - P6
"나, 틴더에서 만난 애랑 자고 불 꺼진 모텔 방에서 전 여친 생각하면서 운 적 있었다." 내가 정색하며 호에게 뭔가를 달라는 듯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야, 그건 내 캐릭터니까 저작권료 내놔." - P8
호는 무너질 때마다 동등한 관계에서는 하지 않는 표현을 자주 했다. 같이 밥을 먹어줘서 고마워. 같이 시간을 보내줘서 고마워. 나를 견뎌줘서 고마워. 그럴 때마다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다. 호의 표현처럼 내가 호를 ‘견뎠던‘ 것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던 예전의 내 모습을 호에게서 봤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 호의 반복되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우리 사이가 동등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었고, 그게 불편해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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