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들의 죄가 크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 죄를 죄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에 뒤집어씌웠다. ‘적자생존은 원래 다윈이 고안한 표현도 아니다. 다윈의 전도사를 자처한 허버트 스펜서 Herbert Spencer의 작품인데 앨프리드 윌리스Alfred Wallace의 종용으로 다원은 <종의 기원> 제5판을 출간하며 당신 이론의 토대인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 그러나다윈의 죄는 거기까지다. <종의 기원>은 물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과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그는 생존투쟁ruggefor existence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오로지 주변 모두를 제압하고 최적자the fittest가 돼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양한 예를 들어풍성하게 설명했다. 그의 후예들이 오히려 그를 좁고 단순한 틀 안에 가둔 것이다. 이 책은 그 틀을 속시원히 걷어낸 반가운 책이다. - P6
나는 이 책이 특별히 반갑다. 조금은 외롭던 차에 학문적 동지를 만나 기쁘고, 인류의 기원과 보편적 인간성에 관한 참으로 탁월한 분석을 맞이해 더할 수 없이 반갑다. 아직도 성악설과 성선설 사이에서 흔들리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조간신문과 저녁뉴스가 들려주는 사건, 사고 소식에는 인간의 잔인함이 넘쳐나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정연한 논리로 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 -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