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아직 읽고 쓰는 습관이 배지 않았을 때에도이따금 나는 대가리가 커다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기록해보곤 했다. 전공시간에 칭찬이라도 한번 받으면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웃었다. 그작고 불편한 방에 신을 벗고 들어설 때마다 이상하게 쉬러 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쩌면 방을 구하던날 이후 영원히 내 머리 위를 떠나지 않던 태양, 그때문인지도 몰랐다. - P27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살았다. - P9
바람이 일어나는 등압선을 보듯.활자가 돋아나는 손가락 끝 지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 P125
처음으로 등단 소식을 들은 곳은 대학교 컴퓨터실이었다. 수화기에 대고 내가 ‘소설인가요, 시인가요?‘라고 묻자 저쪽에서 소설이란 답이 들려왔다.시는 예선에도 못 올랐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을 굳이 얼굴을 붉혀가며 물은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내가 소설가인지 시인인지 알고 싶었다. -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