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도 여러 가지 감정들로 행복하고 괴롭고 기쁘고 슬픈 '사람들'. 누구나 그러하듯 누구나 그러해서 사람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여러가직 축복중의 하나는 감정을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고 여러가지 감정들의 변화로 더욱 성숙해진다는 점이다. 다만 그 축복이 어떤 경우에는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모두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방어적이된다.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마음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피해의식을 갖는다. 분명 내 안에서의 일이지만 남의 탓을 하고 상황탓으로 돌려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어려운거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자가 진정한 인생의 성공자라는 건 그 유명한 <화>의 저자 틱낫한도 이미 설파하지 않았는가.
베스트셀러<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성에>등에서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가 김형경이 타국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과 마음을 통해 스스로를 향한 진단과 처방을 함께 그려나간 독특한 심리 에세이인 이 책은 트래블테라피라고 불러도 무방할 귀에 담고 마음에 새길만한 조언이 가득하다.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혹은 잠시 머무르는 여행자로 그녀가 관찰한 세계인들은 비록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지만 그녀와 비슷하게, 우리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마음의 고통과 기쁨들로 탄성하고 신음하고 있다. 파리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로마에서도 마치 시차는 다르지만 동일한 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풍경처럼 마음의 풍경도 그렇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찬찬히 둘러보고 써내려간 이 기록들은 충분히 수긍할만한 마음의 명칭들로 이어진다. 마치 마음 속의 지도를 그리는 지도처럼 각 장을 읽다보면 왜 내가 그렇게 힘들고 외로웠는지 혹은 왜 그렇게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소설가가 다듬은 문장들은 충분히 아름답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 차분함을 보여준다.무엇보다 행복의 또다른 말을 불행이라 쉽게 칭하지 않는 태도가 삶을 긍정하는 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이렇게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는가 부러울 정도로 자신의 내면에 솔직한 글들이 무척이나 친근하다. 어찌보면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심리 성장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섣부르게 무엇을 시작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는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 오히려 담담하게 인생을 관조하고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미덕을 발견하라는 오래된 지인의 충고같은 책이다.
내가 특히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질투와 시기, 우울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모양새들에 관한 부분이었다. 독자가 처한 삶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따라 여러가지 마음의 명칭들 중에서 마음에 끌릴만한 부분이 다를테지만 짐작컨대 내가 싫어하는 나의 감정들에 관해 명료하게 풀어주는 부분들이 마음에 많이 끌리지 않을까 싶다. 네거티브한 감정들의 발로 역시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두 번째는 그것에 아파하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어떤 대체적 감정을 준비하는 일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물론, 긍정적인 치유의 감정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감정의 기복을 탄다는 말은 그 많은 감정들을 제대로 소유하고 있다는 확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극단적으로 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아우르고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게 하는 일이 감정의 지도를 아름답게 그려나가는 첫째라 말한다. 둘째는 햇살 좋은 날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딛고 걷는 일이라 한다. 두 시간만 걸으면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흘린 땀방울 처럼 투명해 질 수 있단다. 말갛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일, 그리고 거울 앞에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한껏 아름답게 치장하고 세상에 나서는 것처럼, 마음의 매무새를 곱게 다지는 일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욱 중요한 자기애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