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이라는 말대신 ‘엄마에 대한그리움‘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림책 《엄마에게>는 실향의 아픔을 가장 작은 단위가족의 가장 작은 존재 (아이)의 시점으로 바라봄으로써, 나로 하여금 카메라를 내려놓고 피사체의 영혼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 P173

이따금"글쓰기 책은 어떤게 좋아요?"라고 묻는 손님에게 "혹시 글쓰기가 왜(어떤 상황에서) 필요하세요?"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까닭도 그래서다. 그마저도 내가 추천한 책이 손님의 구매로 이어진 적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지만 말이다. - P177

혹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여긴다면 너무 납작한 생각인가. 소심한 나는 98쪽의 더듬거리는 화자처럼, 책을 글쓰기서가에 한 권, 소설 서가에 한권 꽂아놓는다. 마침 제목도 ‘문체연습이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 P180

‘고독‘과 ‘자유‘를 모르던 시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흔들리는지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 P183

분수에 걸맞지 않은 욕심에 마음이 흔들릴때면 나는가오싱젠의 말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말한다. ‘나는 다만 내가 되어야 한다.‘ 한마디 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봤자 나는 나일 뿐이다.‘ - P186

"그럼 다 외우고 계신데, 혹시 왜 <고향역>이 있는 책을 찾으시는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냥 갖고싶어서 그러지요." - P191

노동시간에 담보로 잡힌 신체의안녕이 아니라, 바로 내가 시간 자체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감정이다. 아내와 아이와 이렇다 할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는 불만, 가족과 함께하는 느긋한 저녁 식사에 대한 결핍, 늘 책 더미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읽고 싶은 책은 미뤄지기만 하는 현실.
책의 저자는 그런 감정들을 일컬어 ‘고독‘이라고 부른다. - P204

세상엔 정말 많은 책이 있습니다. 서점에 발을 디뎌보면 쉽게알수 있지요. 그런데 그중 무엇이 읽을만한 책인지 분간해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인터넷이라는 유혹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 P207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그의 책 <필사의 탐독>에서, 영화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건 ‘본다‘라는 동사라고 말합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세상 모든 행위들로부터 독립된 경험, 그 순간세상과 분리되어 오직 영화와 나 자신만 남게 되는 유일한 경험이라는 뜻이지요. 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에 대해 무슨 얘길 하든지 그 모든 말들은 결국 ‘읽다‘라는 동사로 수렴됩니다. 모든 책은 읽는 행위에 복무하지요. 읽는 사람은 언제나나자신이고, 읽는 순간의 감흥은 다른 누가 대신 느껴줄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입니다. 웹에 적힌 타인의 별점에 기대지 않길 바라는 까닭은 그래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능과 직관,
호기심과 유혹에 이끌려 책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P208

서점에서 일한 지난 수년 동안 잊지 못할 사연과 소중한 기억들도 있었지만, 제게 있어 가장 일상적인 보람은 어린이나 청소년 손님들이 책 고르는 일에 몰두한 모습을 마주할 때입니다. 그모습엔 어른들에게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 고유의 진지함과 절실함이 깃들어 있거든요. 당신은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고, 마침내 신중하게 고른 책 한권을 들고 제게 다가옵니다. 그럴 때면 제가 단순한서점 주인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를 책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가 된 듯한 근사한 기분이 들어요. 이제 당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넬 차례입니다.
"책의 세계에 오신것을환영합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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