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하려고 별짓을다 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하지만그 순간에 내가 바란 것은 오직, 나를 밀어낸 두 사람에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우리 세상사람이 아니야.
네가 아무리 애써본들 네 엄마한테 필요한 게 뭔지 결코 제대로 알지 못할 거야. - P185

밤이면 은미 이모는 치킨집으로 전화를 걸어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2리터짜리 카스 생맥주를 주문했다. 두 번 튀겨바삭하기 이를 데 없는 닭튀김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튀김옷사이로 뜨거운 기름이 쫙 솟구쳐나오면서, 윤기가 잘잘 흐르는 거무스름한 살코기가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뒤에우리는 반드시, 주문할 때마다 같이 딸려오는 큐브 모양의 시원한 무피클을 입에 쏙 넣고 아삭아삭 씹어 입가심했다 - P187

"소는 부를 상징해. 우리가 우유를 얻을 수 있는 동물이니까. 말은 커리어를 상징해. 그걸 타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 양은 사랑, 원숭이는 아기를 상징하고."
"이모는 뭘 끝까지 남겼어?"
"나는 말을 선택했어." - P190

좀처럼 믿기 힘들던 진실이 분명해진 덕분이었다. 엄마는 변함없는 품위의 화신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말괄량이처럼제멋대로 굴고 젊잖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덜렁댄다고 시도 때도 없이 야단쳤지만 그런 엄마도 한때는 나 같은아이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긴 탓에,
나는 미처 배운 적 없는 어떤 전통들이 이제 엄마에게 한층 더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P193

"서울엔 네가 아직 못 가본 작은 시장들이 있어." 엄마가 말했다. "광장시장 같은 데 거기선 고릿적부터 아주머니들이 빈대떡이랑 갖가지 전을 부쳐서 팔고 있지." - P201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1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 P2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