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쉬세요, 아주머니. 그동안 할 만큼 하셨잖아요."
운전을 배우던 열다섯 살 이후로 엄마를 모시고 운전을 한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때 엄마는 너무 긴장해서 내가 엄마가앉은 쪽으로 자꾸 차선을 이탈한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방향지시등을 얼마나 일찍 켤지, 어느 길로 시내에 들어갈지 같은사소한 문제들을 놓고 끊임없이 꿰펙 소리지르며 싸우느라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 P175

나는 그 유유자적한 여름들을 떠올렸다. 달콤한 토핑을 얹은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손이 끈적끈적해지고, 투박한 슈윈자전거 체인을 푸는 동안 목덜미 위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우리를 기다리는 맑고 차가운 강물에 풍덩 뛰어들 생각만 굴뚝같던 때를 그때는 강 너머에 있는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몰랐다. 어차피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봤을 테니 설령 그게 병원임을 알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 P176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떨면‘ 구절을 노래할 때면 극적인효과를 위해 아랫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우리는 거실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같이 노래했다. - P177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하지만그 순간에 내가 바란 것은 오직, 나를 밀어낸 두 사람에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우리 세상 사람이 아니야.
네가 아무리 애써본들 네 엄마한테 필요한 게 뭔지 결코 제대로 알지 못할 거야.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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