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없이 쌓아둔 과업들로 가득한 일상.
시인 서윤후는 언제부턴가 삶이 버겁고 지치게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생활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지금 가장 필요한 일을 찾기 시작했다. 마치 여행 가방을꾸리는 것처럼, 무언가는 놓고 가고, 무언가는 반드시챙겨가는 것처럼 일상의 과업들을 선별해보기로 했다.
이 책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은 삶의 무게를덜어내고자 그만두기로 작정한 일들과 그 과정에 대한기록이다. 하지만 이 목록은 쉽게 완성되지 못하고 자꾸만수정된다. 의도치 않게 그만둔 일이 있는가 하면 그만두지못한 일이 생겼으므로.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은 어느새 제가 사랑하는것들에 대한 고백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시인 서윤후가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을 쓰며소중한 일을 되찾는 과정은, 생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싶은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버리고,
다시 무언가를 제자리에 가져다둠으로써 일상이 회복될 수있다면, 함께 이 목록을 작성해봐도 좋지 않을까.

계속된다는 것에 대해 의심할 때가 적지 않았다. 계속된다는 것, 그것은 결코 살아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과 상황이 맨손에 쥐어지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선택해온 것들이 더 많았다. 계속하고 싶은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것엔 착실히 고통이뒤따른다는 것을 서툴게 배우면서 나는 계속해왔다. - P7

생활 속에서 그만둔 목록을 적는 것은, 내가 무엇을 그토록 열망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이 책을 만난 분들에게도 드리우고 있을 생활이라는 풍경을, 떠나보냄의안녕을 나의 목록을 통해 비춘다면 어떨까. 큰 욕심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잠깐이라도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글이 닿아, 여러분에게 머물러 있는 풍경을 환히 밝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 P8

고독은 자기모순을 일으키며 느낄 수 있는 모든 통점을 자극한다. 고독은 내가 함부로 길들이거나 달랠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 P15

나무말미에 걸터앉아 일기를 쓴다. 날짜를 적고, 기분이나 날씨에 대해 가벼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혼자서 말하고 나면 나아지는 이야기가 있다. 말하지 않아서 통증처럼 남겨지는 이야기가 있었으므로, 말하게 된다. 나무말미의 시간 속에서, 어쩌면 영원하고 다시는 떠올리지않을 이 흔들림에 젖은 머리를 말린다. 일기는 잠깐 들어찬 겨를 동안 내게로 온 것들, 머물다 떠나간 것을 배웅하거나 마중하는 일이다. 내가 가진 짐작 중 가장 확실한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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