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런가.
유니접수대 책상으로 돌아가며 정혜가 생각했다. 수 쌤 말대로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만, 싶으면서도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대피시킬 수 있는 환자들은 다 대피시키고 우리도 도망쳐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정혜가 제자리에 앉아 머리를 훌훌털었다. 스며든 잡념을 그렇게 흩어내는데 닫힌 창문을 뚫고경적이 들려왔다. 아주 멀리는 아니었으나 제법 먼 곳에서 자동차 수백 대가 한꺼번에 경적을 울려댔다. 음껏 - P223

"우재!" 인적 없는 담장 너머로 중개인이 소리쳤다. 대답이들리지 않자 중개인은 무어라 구시렁거리더니 오른쪽 담장을 따라 절뚝절뚝걸어갔다. 희곤도 중개인을 뒤따랐는데 집뒤편으로 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몸을 뒤로 젖혀야 했다. 담장모서리를 돌아 벼랑길로 들어서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 P185

에이, 정말 그분이 한서 씨를 그냥 좋아했을지도 모르잖아?
내 말에 한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불신 탓에 헤어졌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그게 아님을 안다고. 그런데이 변호사님은, 사람이 사람을 그냥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나는 가지튀김을 씹다 말고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맥주두어 잔에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한서가 ‘엥?‘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 그렇다고는 안 했는데?
변호사 맞네요. 묵화원그럼요. 매일 영혼을 팔잖아. 그것도 헐값에 사람 저울질하는 것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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