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런가.
유니접수대 책상으로 돌아가며 정혜가 생각했다. 수 쌤 말대로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만, 싶으면서도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대피시킬 수 있는 환자들은 다 대피시키고 우리도 도망쳐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정혜가 제자리에 앉아 머리를 훌훌털었다. 스며든 잡념을 그렇게 흩어내는데 닫힌 창문을 뚫고경적이 들려왔다. 아주 멀리는 아니었으나 제법 먼 곳에서 자동차 수백 대가 한꺼번에 경적을 울려댔다. 음껏 - P223
에이, 정말 그분이 한서 씨를 그냥 좋아했을지도 모르잖아?
내 말에 한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불신 탓에 헤어졌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그게 아님을 안다고. 그런데이 변호사님은, 사람이 사람을 그냥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나는 가지튀김을 씹다 말고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맥주두어 잔에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한서가 ‘엥?‘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 그렇다고는 안 했는데?
변호사 맞네요. 묵화원그럼요. 매일 영혼을 팔잖아. 그것도 헐값에 사람 저울질하는 것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