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당에서 귀여운 아기 수박을 봤다. 지금껏 잘 익은 커다란수박만 보다가 툭 치면 금방이라도 엄마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작은 수박을 보니, 앙증맞은 새끼 동물을 봤을 때 나오는 흐뭇한 미소가입가에 번졌다. 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의 성장 과정을지켜보는 일은 괴산에 와서 새롭게 하는 경험이다. 빨갛게 여물기 전의토마토, 풍성해지기 전의 브로콜리, 알이 차오르기 전의 포도를 보고 나면무럭무럭 자라나 식탁 위에 올라온 것이 기특하고도 고맙게 느껴진다.
덕분에 자연의 보살핌과 도움 안에서 만들어진 식자재들을 대하는 태도가예전과는 달라졌다. 작았던 열매들이 비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햇볕을버티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그 소중함을 느끼지 않고는 한 입 한입을 베어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