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서서 산쪽을 바라보면 얼굴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의 바위를 보면, 종종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의말이 떠오른다. 아마도 감정을 숨기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소리 내서 우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나는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숨죽여 우는 것이 익숙하다. 억지로 소리를 내서 울어보려고 해도 쉽지않다. 서운하고 화가나는 일이 있어도 꾹꾹 담아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나만 티를 내지 않으면 모든 상황이평화로우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P41
마을 정자에 택시 번호가 적혀있었다. 전화를 걸면 정말 택시가 올까의심이 될 정도로 꽤 오래전에 써놓은 것 같았다. 길거리에서 쉽게 택시를잡을 수도 없고, 제대로 된 버스 정류장도 없는 우리 마을은 읍내에서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마트, 은행, 우체국, 약국, 병원등은 모두 읍내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생기면 이동 시간만 왕복1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 모든 곳을 걸어서 갈수있었던 도시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 P45
나는 일렁이는 마음을 모으는 수집가라도 된 마냥 수시로 일상의이곳저곳을 탐색하고 주변의 많은 것을 더 보고 들으려고 애쓴다.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는 이 순간이 나를 지금보다좀 더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 P49
종종 햇빛이 빛나는 오후에는 집 앞에 나가 하천을 바라본다. 윤슬이반짝이는 하천을 보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마음을무겁게 만드는 일을 쌓아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어쩐지 그 다짐은매번 용기를 잃고 작아진다. 이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답답함과불안함이다. 멈춰진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고, 속상했던순간을 고백하는 일은 어쩌면 빠르면 빠를수록 울적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있을 텐데도 번거롭고 귀찮다는 핑계로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돌덩이를그대로 방치해둔다. 사실 귀찮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상대방의 마음은나와 같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언제나 어렵다. 잔잔한 물결만이 걱정도 의심도 없이 나를 위로하며 흐른다. - P59
장연면 오가리에는 수령이 800년 가까이 된 커다란 보호수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382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로 경사지 위쪽에 한 그루, 아래쪽에한그루가 있는데, 각각의 높이는 29m, 25m, 둘레는 7.66m, 9.24m가 될정도로 웅장하다. 괴산은 느티나무의 고장이다. 괴산의 ‘괴‘는 느티나무괴(槐)이며 그 이름에 걸맞게 수령 100년 이상인 느티나무가 110그루, 300년 이상이 50그루나 있다. 꼭 보호수가 아니더라도 동네 곳곳에서마을을 지키고 서 있는 듬직한 느티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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