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 1년 동안 살면서 만난 40가지 장면을짧은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도시의 삶과 비교하여 가장 먼저 발견한 차이점은 자주 보이는 새의종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는 단연코비둘기였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쉬었다 가는 비둘기, 무법자처럼차도를 활보하는 비둘기,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먹는 비둘기 등.
이곳에서는 비둘기만큼이나 까마귀를 자주 본다. 커다란 울음소리 때문에종종 놀라기도 하지만, 무리를 지어 논밭에 모여 있거나 하늘을 나는까마귀 떼를 바라보며 웅장함에 감탄하는 일이 더 잦다. - P13

장독대 뚜껑이 소복이 덮일 정도의 눈이 내렸다. 모자를 하나씩 선물받은 것 같은 모습의 장독대를 보니 시간의 쌓임이 확연히 느껴졌다.
평상시에 시간은 그저 길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도 이와 같은순간을 마주하고 나면 사실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생각을 하게 된다. - P21

마을 입구에는 장수비가 세워져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괴산은 전국에서제일가는 장수 지역이다. 장수비 앞을 지날 때마다 세 가지 질문이 연달아떠오른다. 첫째, 나는 괴산에 언제까지 살게 될까? 둘째, 오래도록 괴산에산다면 나도 장수를 할 수 있을까? 셋째, 그렇다면 나의 죽음은 언제 어떤모습으로 찾아올까? - P29

넘치는 마음을 버리고불필요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모두 소용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세계.
점차 가벼워지고 싶다. 부족한 것이 있어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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