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과분하다 생각하는 그 자리에 생각 없이 앉아아무것도 안 하면서 으스대기만 하는 어떤 배 나온 아저씨를 떠올려라.‘ 이 글을 읽고 나서는 ‘그래, 까짓것. 이 세상에쓸모 있는 것만 존재하는 것도 이상하지‘ 하고 좀 더 단순하고 용감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 P115

어디서 해법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나는 추천받은 모든방식을 다 썼다. 회사 자료실에 가서 시집을 다 펼쳐놓고 낯설거나 용법이 특이한 단어를 베껴 적은 노트를 만들었다.
선배들이 권하는 책은 전부 읽으려고 노력했다. 주말에도영화를 봤다. 놀랍게도, 노력을 해도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않았다. 내가 회사에서 쓴 첫 번째 원고는 펫샵 보이즈의 신보에 대한 원고지 2매 정도의 짧은 소개 글이었는데, 그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며칠 동안 그 음반을 반복해 들은 것은 물론이고 그때까지 펫샵 보이즈가 발표한 모든 곡을 듣고 그에 대한(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글을 읽었다. 그러고도 뭐라고 써야 할지를 몰라서 밤을 거의 새웠다. 미쳤지 싶다. - P83

슬프게도 그저 평범한 나는 둘 중 하나도 못하고 멈춰 서있다. 결국은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해 나를 포기하고 사는 내가 정말 의미 없이 낭만적이고, 모순적이다. 결과만 볼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이것이 결코 쉽지만은않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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