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쓸 땐 세상에 전언을 하러 온 사자使者인 듯 말해야 한다. 전사가 된 듯이. 혼자라서 아름다운 전사. 등 뒤로 펄럭이는 망토를 느끼기. 우아하고 묵직하게 등을 쓸어주는 바람과 망토의 합작을 느끼기. 느끼면서 다만 앞으로 나아가기. 전사. 그는 고독이라는 무대 위에 서야 한다. 홀로. - P111

갈 곳이 하나여야 해. 종이 위. 종이 위.
다른 데가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니까.
종이 위, 혹은 종이 둘레를 걸으며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삼키며걱정을 걱정으로 삼키며갈 곳이 하나여야 한다. ‘결국‘ 이라는 내 나라, 종이 위에 세워진 시의 나라.
다 망해도 결국, 돌아갈 곳. - P114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텔레비전을 몇 시간 동안 내리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누가 보여주는 저절로상영되는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짜고 현란하고 시끄러운 감각을 몸속에 내리 넣은 날에는 영혼의 결이 달라져 있다. 두껍고 탁하고냄새나고 건조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순한 마음, 먼 곳을 생각하는 느린 마음 같은 건 가지기 어렵다.
이런 상태의 몸에는 시(물리적인 ‘시‘뿐 아니라 우리가 ‘시‘ 라고 믿는 일 일제)가 오지 않는다. 시가 고결하고 깨끗한 거라서가 아니라시는 ‘경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굳어 있는 것. 변할 수 없는 것. 기성과 비슷해진 영혼을 시는 견딜 수 없어 한다. - P119

권고 사항:진부한 말을 늘어놓지 말 것.
특이하게 쓰려 하지 말 것.
언어의 서커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소리가 지나는 복도마다 ‘정확한 눈‘ 이라는 보초를 세울 것.
문장이 음악을 타고 흐르게 할 것.
쓴 시가 자기 맘에 드는지 체크할 것.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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