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에서 레 미제라블 OST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틀었는데, 음악이 나가는 동안 영화와 비행기 두 세계가 동시에 떠올라 너무나 풍성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내가 어느 공항으로 날아갈 때 그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그 노래가 흐르던 때에 마침 기내식 서빙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기억난다. 이 비장하고 씩씩한 음악에 맞춰 조금씩 내게 가까워지는 기내식 카트의 움직임, 저 앞에서 승무원이 소고기인지 비빔밥인지 생선인지를 묻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카트는 조금 더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영화 속에서는 민중의 노래가 계속된다. 그러다 마침내 카트가 내 앞에 멈췄을 때 나는 재빨리 정지 버튼을 눌러 영화도 멈춰 세웠다. - P169

"저 사람들 인형 구했나 봐!"
내가 목격한, 휴대폰에 담긴 몇 장면은 이미 ‘결말 부분이었다. 그리고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보고 있었던 건 이 소동의 ‘위기‘ 쯤 됐다. 그 사이 ‘결정‘을 놓친 것이다. 그걸 유추해야 했다. 할아버지가 인형을 절벽 아래에서 구해온 걸까? 정황상 그런것 같았으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이곳을 떠날 시간이기도 했다. 햇빛과 바람 때문에 수영복은 그새 말라 있었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