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를 종종 쓰곤 했었다. 진심이 온전히 담긴, 둘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연서다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글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인연의 끈은 끊어지기 마련이고, 끝에는 이별을 했다. 그중에는 아직도 그 편지를 버리지 않는 친구도 있다. 반면에 내게 남은 것은 손가락의 굳은살 정도다. - P135
쓰지 않은 글은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 P77
매일 매주 서점에서 게시되는 판매 순위를 보며 희비에젖던 순간들, 저게 팔려야 부모님의 세끼 밥상을 차리고 계울에 보일러라도 때 드릴 것인데 하는 내 조바심을 놀리기라도 하듯 곤두박질치던 성적, 판매 순위 따위가 나를 상징할 수는 없는데. 그런 게 내 글을 대표할 수는 없는 건데,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는 날들에 절망하면서, 어느새 책을 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그렇게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던 공간을 잃어갔다. - P55
11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죽기 전에 딱 두 편만 더 찍자. 단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난 작으니까 조금만 찍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계획일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큰야망이라 벌써부터 두근댄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좀 더 자주 와 주지 않을까. 어두운 글 속에서 내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날이.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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