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인 만큼 언니의 의견에 이견을 달 이유는 없었어요.
그럼에도 나는 언니의 초고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편한, 그래서 방어적으로 읽히는 문장들 때문이었죠. 이를테면 언니는 "이렇게 안전한 약물적 임신중지법은 차기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아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쓰기도 했고, "어떤 여성도 임신중지를 결코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며 "여성 자신의 삶과 가족과, 무엇보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고심 끝에 결정한다고 적기도 했지요.

해수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습니다. 내가뭘 축하하느냐고 묻자 해수는 화면을 향해 턱짓을 했습니다.
화면에는 내가 몇 시간 전에 보았던 중계 영상이 저녁 뉴스로나오고 있었어요. "우리 자매님, 애 마이 썼네"라는 말에 프라이팬으로 시선을 돌린 내가 "나는 한 거 없어………"라고 하니
"그게 뭐 한 거지"라며 동생이 덤덤하게 대꾸했습니다. 무슨말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해수가 민 교수와 나누었다는 대화를 다시금 떠올렸지요. 혹시 읽어봤느냐는 내 물음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해수가 뒷짐을 지고는 생글거리는얼굴로 다가와 귀엣말을 했습니다. "아니, 꼭 읽어봐야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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